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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애 아동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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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04-25 09:15 조회3,1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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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os_222470_1[304226].jpg ▲ 레오와 호세 레오는 아직 돌도 안 된 작고 귀여운 갓난 아기다. 그러나 천사처럼 예쁜 레오를 흘끗이라도 본 사람이면 레오가 여느 아기와는 좀 다르다는 점을 단박에 눈치 챌 수 있다. 레오는 다운 증후군을 앓는다. 장애인과 정상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는 당사자와 가족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이다. 레오를 통해 선진국 중 복지 시설이 척박한 편이라는 미국의 한 면을 들여다보았다. 레오는 채 한 살이 안 됐지만 생후 3개월 무렵부터 '첫걸음'(First Step)이란 복지 프로그램 치료를 무상으로 받고 있다. '첫걸음'은 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모든 종류의 발달 장애를 다룬다. 이 복지 프로그램의 장점 중 첫 번째는 장애인 가족에게 행정적 불편함을 전혀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장애아 부모는 따로 신청할 필요도 없다. 병원에서 복지 기관으로 자동으로 연락이 간다. 레오의 경우 집에서 산파의 도움으로 태어났는데 산파가 즉시 아이의 이상을 알아차리고 병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가 다운 증후군으로 나오자 병원은 '첫걸음'에 연락을 취했고 복지 기관은 전문가를 보내 레오의 상태를 평가했다. 그 평가를 토대로 레오는 네 종류의 치료를 매주 한 번씩 받는다. 특이한 점은 치료가 복지 기관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치료사들이 아이들의 집이나 보육원으로 개별 방문을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아이들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생활공간에서 치료를 해야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4월 20일 레오가 물리 치료를 받는 날 레오의 집을 찾았다. 물리 치료사 호세는 경력만 28년에 요즘은 보스턴 대학 물리치료학 박사과정을 통신 과정으로 이수하고 있다. 한 시간 동안 계속된 당일 물리 치료는 다운 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의 공통 문제인 저밀도 근육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다리 근육 훈련, 앉기, 공놀이, 팔 운동, 등 마사지, 균형 잡기 훈련 등이 이어졌다. 이 같은 체계적인 프로그램의 성과는 이미 연구 결과가 입증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상아들이 보통 10개월쯤에 걷기 시작하고 다운 증후군 아이들은 평균 25개월 정도가 돼야 걷는 데 비해 체계적으로 짜인 치료를 받은 다운 증후군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는 평균 시기는 18개월이다. 며칠 후 금요일에는 언어 치료가 있었다. 한 살도 채 안 된 아기니만큼 언어 치료에 직접적인 말 훈련은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주변 세계와 소통하는 데 주안점을 둔 넓은 범위에서의 언어 치료다. 언어 치료사인 티나는 자기가 직접 잔뜩 들고 온 여러 가지 장난감을 이용해 레오가 주위 사물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도록 유도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우선 놀이를 시작하고 아이를 놀이에 끌어들였다. 그 다음은 아이가 먼저 놀이를 시작하도록 유도했고 마지막으로는 비눗방울 놀이 등을 하며 아이의 관심을 놀이의 대상에 집중시키는 훈련을 했다. 레오 집에도 장난감이 많지만 아이가 익숙하지 않은 사물이어야 '아이와 낯선 세계 간의 소통'이라는 치료 목적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티나는 대학교에서 언어와 청각 장애를 가르친다. 학교에서 수업을 가르치는 것 말고도 이처럼 자신의 전공으로 지역 사회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학교 업무 중 하나로 간주된다고 한다. 한 시간으로 잡힌 치료가 끝나면 치료사는 그 날 한 치료 내용과 아이의 반응 등을 그 자리에서 기록으로 작성하고 부모의 서명을 받는다. 치료 시간 내내 치료사가 아이의 부모와 격의 없이 대화하며 치료의 이론적 바탕을 친절히 설명해 부모가 아이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치료사가 간 후 레오의 엄마는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 다음의 말이 그가 '첫걸음' 치료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대변한다. "물론 우리가 처음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뭘 기대해야 할지 막막했죠. 그런데 이렇게 1년쯤 지나고 내 아이를 보면 정말 놀라워요. 당연히 내 아이가 정상아들보다 느리죠. 그렇지만 약간 차이가 날 뿐이고 앞으로도 쭉 이렇게 훌륭한 치료를 계속 받을 걸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에요. 내 아이가 앞으로도 잘 자라리라 생각해요." 세 살이 되면 레오는 '첫걸음'을 졸업하게 된다. 그 후에는 여러 프로그램 중 아이의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골라야 한다. 그러나 역시 공공복지 프로그램이며 부모의 경제 여건에 따라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비용을 공동 지원한다. 물리 치료가 끝나고 호세와 본격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호세가 물었다. "몇 년 전에 뜬금없이 일본에서 편지를 받았어요. 일본 복지 프로그램에 와서 몇 년 일해 볼 의향이 없냐는 초청장이었죠. 그런데 한국은 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요?" 나는 당황했다. 마침 4월 20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중증 자폐아 치료 모델'을 기획했다가 거기에 손톱만큼 배정된 예산도 예결위 심위 과정에서 자르는 실정이라고 우물거려야 하나 진땀을 흘리는데 레오 엄마 예카테리나가 끼어든다. "러시아만 해도 최근에 모스크바에 '첫걸음' 비슷한 시범 프로그램이 생겼어요. 그런데 정부가 하는 게 아니라서 예산이 문제죠. 한국은 안 그렇겠죠? 러시아보다 훨씬 잘 살잖아요?"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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