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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신지체 장애인의 '가장 축복받는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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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4-09-15 00:07 조회3,3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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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 장애우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고있는 나눔공동체(대구 남구 남산동 소재■대표 이왕욱 목사)는 요즘 부쩍 부산하다. 이곳에서 생활하던 강광호(27■정신지체3급)씨와 주현영(25■다운증후군)씨가 오는 18일 오후 1시 '백년가약'을 맺기 때문. 30여명의 장애우■비장애우들이 '가족'을 이룬 나눔공동체는 지난 94년 8월이 문을 열었다. 광호씨와 현영씨의 결혼식은 나눔공동체 개소 10년만에 큰 경사인 셈이다. 어린시절부터 정신지체를 겪어온 예비신랑 광호씨는 지난해 3월부터 나눔공동체에서 생활해왔다. 예비신부 현영씨는 광호씨보다 선배격이다. 현영씨는 나눔공동체에서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생활한지 벌써 7년째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광호씨와 현영씨를 나눔공동체에서 만났다. '서로의 어떤 점에 반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두 사람은 쑥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렵게 꺼낸 한 마디. "다 좋죠. 뭐!" 광호씨는 의젓한 모습이다. "앞으로 어깨가 무겁다"면서 "힘들어도 같이 도와주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여느 예비부부 처럼 작은 다툼이라도 없었을까. "가끔씩 싸우기도 한다"는 현영씨 말에 광호씨는 "안 싸운다"면서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언제부터 현영씨와 광호씨가 서로 호감을 가졌는지 잘 알 순 없지만, 지난 3월 나눔공동체 가족들이 함께 떠난 캠프에서 둘 사이는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고 한다. 프러포즈는 역시 광호씨의 몫이었다. 결혼식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이 지난 7월쯤. 두 사람의 사연을 안 주위 사람들이 결혼식을 위해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특히 나눔공동체에 도움을 주던 'KT 사랑의 봉사단'(모포스) 회원들은 그들의 결혼식을 위해 물심양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결혼식장으로 KT예식장을 빌릴 수 있었다. 신혼여행 역시 경북 경주에 있는 KT수련원에서 나눔공동체 식구들의 야유회를 겸해 마련됐다. 게다가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전해들은 이웃들이 신혼살림 등에 십시일반 도움을 주고있다. 나눔공동체 가족들 역시 요즘 결혼식장에서 부를 노래 준비로 한창이다. 이왕욱 나눔공동체 대표는 두 사람의 결혼식이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을 받는 결혼식'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애초 두 사람의 결혼식 이야기가 나왔을 땐 현실적으로 막막한 어려움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수 백명의 사람들이 두 사람의 결혼식을 돕고 있다, 이 정도면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는 결혼식이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식이 모두 주변의 도움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광호씨와 현영씨의 신혼집은 광호씨가 손수 벌어 마련한 보금자리다. 광호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성서공단의 한 세탁기 부품업체에 다니며 받은 임금을 절약해 700만원을 모았다. 광호씨는 이 돈으로 나눔공동체 부근 다세대주택으로 입주할 계획이다. 사실 장애우들간 결혼식은 드물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식이 유독 주목을 받는 것은 광호씨와 현영씨 모두 정신지체 장애를 겪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정신지체 장애우라 할지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것. 학습능력 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신지체 장애우의 결혼 생활에 현실적인 어려움도 없지 않다. 광호씨와 현영씨 역시 마찬가지. 당분간 두 사람은 나눔공동체와 신혼집을 오가며 생활을 할 예정이다. 이왕욱 나눔공동체 대표는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생활을 직접 해 나가는 것이 어렵다 보니 결혼생활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신지체 장애우들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의 결실인 가정을 가질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 이 대표는 정신지체 장애우들을 바라보는 편견을 버릴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흔히들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결혼을 한다면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할 줄 아느냐', '성생활이나 제대로 하겠느냐', '2세는 어떻게 하냐'는 냉소적인 시선이 대부분"이라면서 "이러한 반응은 정신지체 장애우들을 키워온 부모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지체 장애우들에게도 비장애우들과 동일한 인식과 가족을 이룰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만약 결혼생활에서 부족한 것은 사회와 주변에서 채워주겠다는 관심만 있으면 된다, 그것이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정상인으로 살아가는 토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사랑을 싹틔우고 한 가정을 꾸릴 꿈을 키우는 광호씨와 현영씨의 모습은 예전과는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특히 광호씨의 아픔은 더 빨리 치유되는 듯 보였다. 광호씨는 아버지로부터 장애를 이유로 학대를 당했다. 3번이나 다른 지역으로 유기됐다 대구로 돌아온 아픈 상처가 있다. 하지만 광호씨는 지난해 나눔공동체로 돌아온 후 직장도 구했고, 현영씨와의 결혼을 꿈꾸며 아기자기 돈을 모아왔다. 처음 나눔공동체에서 생활할 당시에 상대방에게 보였던 '공격적인 반응'도 거의 사라졌다. 일주일 후면 한 가정을 이뤄 살아나갈 두 사람의 꿈은 뭘까. 주저하던 현영씨가 한마디 건넸다. "빨리 요리 배워서 (우리 남편한테) 밥해주고 싶어요."(웃음)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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