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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넘은 사랑의 빵 맛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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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4-08-13 18:39 조회3,1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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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모자를 눌러쓴 한 아가씨가 열심히 케이크를 손질하고 있다. 손놀림은 약간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얼마나 진지한지 케이크가 다 닳아질 것만 같다. 2년 전 김영자(가명·23)씨가 ‘평화의 마을’에 왔을 때 자폐증으로 집중을 잘 못하고 건물 아래 위층을 쉼 없이 오르내리는가 하면 찾으러 간 선생님을 할퀴고 때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빵 기술을 배워가면서 집중력과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고, 지난 6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마련한 ‘제주 장애인 제과·제빵 경진대회’에 출전해 프랑스 빵 브리오슈를 만들어 정신지체 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다른 지체 장애인들과 똑같이 겨룬 이 대회에서 김씨의 수상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녀는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우며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고 있다. 그녀는 요즘 오는 9월에 있을 제빵 기능사 필기시험을 준비하느라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김씨의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평화의 마을’은 어떤 곳일까. 남제주군 대정읍 구억리 초입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평화의 마을’은 2001년 9월에 문을 연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곳은 개원 초 7명이던 훈련생이 지금은 25명에 이른다. 훈련생들은 처음에는 구억리 주민들로 제한됐지만, 요즘은 상담을 통하면 도내 어느 곳에서든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이곳의 수업은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중식비를 제외하면 수강료는 무료. 작년 3월 이귀경 사무국장이 독일에서 소시지를 만드는 기술을 배워와 훈련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남시영 평화의 마을 원장은 지난 17년 동안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다가 한계를 느껴, 제주에 와 자리를 잡을 때까지 힘든 일들을 적지 않게 겪었다고 한다.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그냥 장애인일 뿐입니다. 정신질환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빵과 과자를 만들면서 설탕이나 제대로 넣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가장 가슴이 아프고, 갑갑했습니다.” 남 원장은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무조건 동정하지도 않으면서도, 그들을 믿고 때로는 그들이 만든 물건도 사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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