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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턴 오지마” 목욕탕 갔다 울어버린 장애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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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11-03 09:43 조회2,9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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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사회] ○…광주시 서구 서창동 ‘사랑의 집’은 요즘 우울하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식구들끼리 마당에서 쾌청한 가을 날씨를 즐기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담장 밖으로 넘쳐흘렀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중증 장애인들은 최근 한 대중목욕탕에 갔다가 “더 이상 오지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은 뒤로, 충격에 빠져 웃음을 잃었다. 목욕탕 측의 냉대도 서운한 것이지만, 자신들과 정상인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보이지 않은 ‘벽’을 새삼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곳 장애인 4명과 이들의 목욕을 도와줄 자원봉사자 4명 등 8명은 지난달 23일 광주시 서구의 한 대중목욕탕을 찾았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개축 공사 때문에 오는 12월까지는 재활원 내 15평 규모의 목욕탕을 이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2천500원의 요금을 내고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눈치’를 보일까봐, 행동도 조심조심하고 큰 소리로 떠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목욕탕으로 들어온 순간, 은근히 쏟아져 오는 시선에 온몸을 움츠려야 했다. 탕 속으로 들어가면, 비장애인들은 슬그머니 탕 밖으로 나가버리고, 샤워 꼭지 쪽으로 가면 먼저 있던 손님들이 멀찍이 멀어져 갔다. 어떤 손님은 목욕탕 문을 밀고 들어왔다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아예 옷을 입고 나가 버리기도 했다. 탕 밖에선 목욕을 마친 어떤 남자가 노골적으로 목욕탕 종업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소아마비와 정신지체, 다운증후군 등을 앓고 있는 이들은 이때까지 3∼4차례 대중탕에서 목욕을 하면서, 흔히 겪어 왔던 일이기에 ‘아무 일’ 없이 목욕을 마칠 수 있기를 바라며, 가슴 졸였다. 하지만 이들이 1시간30분의 ‘행사’를 마치고, 문을 나설 때 목욕탕 관계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손님들이 자꾸 거슬려 한다. 다음부터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욕탕 측의 이 한마디는 사랑의 집 장애인들에게 ‘못’이 돼 가슴에 박혔다. 공사를 마치려면 아직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이날 사건 이후 한사코 문 밖 출입을 꺼려하고 있다. ‘사랑의 집’ 원장인 안젤라(여·47)수녀는 “똑같은 돈을 내고 목욕을 하는데 비장애인은 되고 장애인은 안 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장애인들은 신체에 몇 가지 장애가 있을 뿐 비장애인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보듬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목욕탕 관계자는 “손님들이 했던 말을 전했을 뿐, 오지말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광주일보 임주형기자 jhlim@kwangju.co.kr ※ 이 기사는 광주시 서구 ‘사랑의 집’ 원생들의제보로 취재한 것입니다 [ 국민일보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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